RC와 떠나는 여행
가을바람이 분다,
부산이 부른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선선한 바람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냉큼 주도권을 쥔 가을이 청명한 하늘과 온화한 날씨를 무기 삼아 여행자의 마음을 간질인다. 온 산하가 울긋불긋 물드는 이 계절, 어딘들 안 예쁘랴마는 낭만의 계절엔 낭만의 도시 부산에 가지 않으면 섭섭하다. 세계적인 영화제가 막을 올리고, 골목마다 문화의 향기를 품은 마을이 새 단장을 한다. 동해와 남해를 잇는 해안선엔 볼거리와 놀거리가 넘쳐나고, 미식의 도시에서 식도락은 논하여 무엇하랴. 고민할 시간에 차편부터 알아보자.

부산의 낭만은 바다를 따라 이어진다
부산 최고의 여행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광안리에서 해운대까지 이어지는 해변이 예나 지금이나 부산의 상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가을마다 불꽃축제가 열리는 광안리 해수욕장을 따라 광안대교와 바다를 품은 카페와 펍이 늘어서 있다. 야경 명소 더베이101과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동백섬을 돌아 해운대에 다다르면 시원한 해변과 솔숲이 여행자를 반긴다.솔 내음과 파도 소리를 함께 누리는 산책은 힐링 그 자체다. 내친김에 달맞이고개 너머 해동용궁사까지 둘러보자. CNN이 한국 최고의 사찰로 꼽기도 한 이곳은 국내에선 드물게 해안 절벽에 자리했다. 기암 군락에 보석처럼 박힌 대웅전을 보고 있노라면 용궁이 따로 없다.
부산엔 영화의 바다도 있다
부산의 가을이 화려한 데는 영화제의 몫도 크다. 칸·베를린·베니스, 이른바 세계 3대 영화제를 빛낸 감독과 배우가 매년 부산을 찾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선정되며 세계 주요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10월 6일 개막과 함께 수영만 영화의 전당에 세계적 스타들이 모이고, 시내 곳곳에서 양질의 영화가 상영된다. 부산은 영화 촬영이 유독 잦은 도시이기도 하다. 봉래산과 바다 사이 아찔한 비탈에 자리한 흰여울문화마을은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의 촬영지로, 마을 한편엔 부산 배경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기록관도 있다. 파스텔 톤 옛집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감천문화마을에서도 여러 영화가 촬영됐다.
어디든 기본은 하는 부산 맛집
돼지국밥은 자타공인 부산의 소울푸드다. 부산 사람에게 최고의 맛집은 집 앞 돼지국밥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기차로 도착했다면 역 근처 본전돼지국밥이 무난하다. 맑고 진한 국물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고, 부드러운 수육도 별미다. 돼지국밥과 함께 부산 음식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밀면은 초량동이 유명하다. 제철 회는 민락회타운에서 떠서 근처 초장집에서 먹으면 경제적이다. 노포 빵집이 즐비한 부산은 ‘빵지순례’ 성지이기도 하다. 1959년 문을 연 백구당과 이곳 출신 명인들이 창업한 옵스, 정항우 케이크 등이 시내 곳곳에 분점을 두고 있다. 전포동 카페 거리에선 젊은 감각의 신흥 빵집들이 전통의 고수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여행작가 태원준
25년간 100개국 이상을 여행한 베테랑 여행자. 3년 동안 전국 161개 시군 모두를 여행하며 <대한민국 완전정복 가이드북>을 집필했다.
@spaceneedle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