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메시지
120주년을 넘어
대한민국과 함께하겠습니다
1905년, 고종황제의 칙령으로 우리나라에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대한적십자사가 탄생했습니다. 그로부터 120년 동안 재난과 위기 속에서 국민과 함께해온 시간을 되돌아봅니다. 대한적십자사의 역사는 구호활동을 넘어, 생명을 살리고 희망을 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한국전쟁, 각종 재난과 재해, 경제위기 속에서도 적십자는 변함없이 국민 곁을 지켜왔으며, 그 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올해 대한민국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는 큰 충격과 슬픔 속에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국민의 곁에서 신속하고 체계적인 긴급 구호활동을 펼쳤습니다. 사고 발생 직후 구호 및 의료 긴급대응팀을 급파하여 부상자 치료와 생존자 보호를 지원했으며, 현장에서 피해 가족들을 위한 심리회복지원 서비스도 즉시 가동했습니다. 특히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줄이고 회복을 돕기 위해 심리상담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정서적 안정과 치유의 과정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울산, 경북, 경남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현장에도 적십자는 바로 달려갔습니다. 이는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120년간 축적해온 인도주의적 대응의 경험과 신속한 위기대응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각종 사회재난은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 증가, 글로벌 경기 침체, 인구구조 변화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암담한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국민과 함께하며 희망의 등불을 밝혀왔듯, 대한적십자사는 앞으로도 가장 어려운 순간마다 가장 가까이에서 힘이 되어드릴 것입니다.
2025년, 대한적십자사는 다섯 가지 핵심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첫째, 기후위기 대응 및 재난구호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난이 일상이 되고 있는 만큼, 대한적십자사는 재난대응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고 구호 인프라를 현대화하여 재난이 발생하는 즉시 현장에 도착하는 신속지원 체계를 완성하겠습니다.
둘째, 국제 인도주의 협력을 확대하여 글로벌 위기 대응에 앞장서겠습니다. 전 세계 191개국의 적십자사 및 국제적십자사연맹(IFRC)과 협력하여, 국제적인 무력충돌과 재난에 더욱 유기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며,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인도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습니다.
셋째, 저출생·고령화 사회에 대응하여 맞춤형 복지 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치매환자 돌봄, 자살 예방, 이주가정 지원 등의 사업을 구체화하여 소외되는 이 없이 누구나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겠습니다.
넷째, 인도주의 교육을 확대하여 미래 세대를 위한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적십자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을 활성화하여 미래 세대가 인도주의적 가치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섯째, 공공의료사업과 헌혈 문화 활성화를 통해 국민 건강을 지키겠습니다.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청소년 헌혈 참여 프로그램과 헌혈자 예우 시스템을 강화하여 국민이 함께하는 자발적 헌혈 문화를 조성하겠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단순한 구호단체가 아닙니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재난을 넘어 헌혈과 의료까지, 생명을 살리는 인도주의 공동체입니다. 위기 속에서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한순간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120년의 역사를 넘어 대한민국과 함께, 또한 세계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사랑을 실천하는 대한적십자사가 되겠습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 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