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 국내 리포트

희망의 바람아 불어라

대한적십자사 ‘희망풍차’로 피워낸 따뜻한 연대

복지사각지대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가정들에게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는 대한적십자사 ‘희망풍차’. 긴급한 위기 상황부터 일상의 작은 필요까지, 촘촘한 안전망으로 이웃의 곁을 지키는 희망풍차 사업은 연말을 맞아 더욱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전하고 있습니다.

희망의 바람아 불어라
위기의 순간, 희망의 풍차가 돕니다

대한적십자사 희망풍차는 2012년부터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보호체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부 복지제도의 틈새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가정들,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가정들에게 희망풍차는 절실한 생명줄입니다. 희망풍차라는 이름에는 복지사각지대에도 희망의 바람이 불길 바라는 대한적십자사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희망풍차 지원사업은 생활 안정을 돕는 긴급지원, 적십자봉사원과 함께하는 결연지원, 후원기업과 연계한 맞춤지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꾸준히 확대되는 희망풍차는 2021년 32만 명, 2022년 39만 명, 2023년 55만 명, 2024년 60만 명을 지원하며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과 함께하는 희망풍차, 16년의 동행

고려아연은 2009년부터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희망풍차 결연 세대 물품 지원 사업을 꾸준히 후원하고 있습니다. 누적 기부금 130억 원을 돌파한 고려아연은 독거노인, 조손가정, 장애인 가구 등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에게 계절별 맞춤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삼계탕과 제철 과일, 서큘레이터·넥쿨러 등 냉방용품을, 겨울에는 김장김치와 함께 이불세트·찜질팩·넥워머 등 방한용품을 전달했습니다.
지난 11월 11일, 고려아연은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북부봉사관에서 ‘건강한 겨울나기’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고려아연 임직원과 적십자봉사원 등 60여 명이 참여해 김장김치 6,300kg을 담갔습니다. 가구당 9kg씩 포장된 김장김치는 서울 노원구와 중랑구등 5개 자치구 취약계층 700세대에, 방한용품은 300세대에 전달했습니다. 고려아연 정무경 지속가능경영부문 사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담근 김장김치와 방한용품을 이웃들에게 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립시, 꽃길로 : 청년들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대한적십자사 희망풍차 맞춤지원 사업 중 ‘자립시, 꽃길로’는 자립준비청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합니다. 2024년 5월 론칭된 이 사업은 자립준비청년이 자립 후 꽃길만 걷길 바라는 의미를담았습니다. 매년 약 2,000명의 청년이 보호가 종료되어 홀로서기에 나서지만, 자립준비청년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 2023 자립지원실태조사 결과 자립준비청년 약 2명 중 1명(46.5%)이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18.3%에 달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울증(30.7%)과 경제적 문제(28.7%)였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청년재단 등과 협력하여 자립준비청년의 회복탄력성 증진을 목표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였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2025년에도 ‘자립시, 꽃길로’ 프로그램을 이어갔습니다. 7월 3일부터 10일까지 약 200명의 참여자를 모집했으며, 선발된 청년들은 한달기록 챌린지와 정서키트, 숲체원 등 정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자기개발장학금 20만 원과 진로지원장학금 100만 원을 통해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했으며, 재무·투자·주거 교육과 미션수행금 총 30만 원, 건강검진 지원도 함께 제공했습니다.
2025년 2월 17일부터 24일까지 6박 8일간, ‘자립시 꽃길로’ 참여 청년 25명은 멘토로 함께한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지사 봉사원 11명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습니다. 운퉁 자와 섬에서 산호초와 맹그로브 나무 심기, 해변 플로깅, 노후 건물 벽화 그리기 등 봉사활동으로 현지 환경 개선에 기여했습니다. 운정국제교육재단이 후원한 ‘우정의 선물상자’ 전달과 태권도, 전통놀이 체험 등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학생 간 문화교류를 나눴습니다. 참가 청년들은 “처음 여권을 발급받아 해외에 나가게 되어 설렌다”고 밝혔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앞으로도 자립준비청년이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청년들의 자립과 성장을 응원합니다.

보호 종료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Saving Ring’ 캠페인

세이빙링은 자립준비청년의 꿈과 미래를 지키고(Saving) 응원하는 반지 모양의 굿즈로, 후원 참여 시 리워드로 제공됩니다. 소중한 후원금은 자립준비청년의 정서 지원 및 생활 경험 확대, 건강검진, 주거복지를 위한 유스타트 주택청약종합저축 지원, 장학금 지원 등에 사용됩니다.

강지나 교사

강지나 교사
고등학교에서 25년째 영어를 가르치며 사회복지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교사생활 중 가난한 집 아이들이 눈에 밟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10여 년간 빈곤 청소년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집필했다. 지금도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 애쓰고 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마을이다

자립준비청년과 관련된 일을 하는 지인에게 들은 얘기다. 초기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정착금이나 수당이 턱없이 작았다고 한다. 이후 자립준비청년들의 어려운 사정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의 캠페인이 시작됐다. 다행히 이 운동이 반향을 일으켜 지원액이 총 4천만 원 정도로 늘었다(서울시 기준). 지원금이 늘었으니 이제 그들의 삶은 많이 나아졌을까? 아니라는 것이 지인의 결론이었다. 우리는 금전적 지원으로 그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들은 사회적 고립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사회에 나와 독립하고, 홀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학업을 이어갈 때 응원해 줄 지지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가에 가면 ‘혼밥’, ‘혼공’, ‘혼술’이 유행이다. 학부제의 영향으로 전공 학과라는 소속감이 사라졌고, 한때는 필수처럼 가입했던 동아리 활동은 퇴색된 지 오래다. 수업도 비대면을 선택할 수 있으니 매일 학교를 가야 할 필요도 사라졌다. ‘나홀로 문화’ 안에서 더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빈곤층 청년이다. 용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틈틈이 취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홀로’ 있을 수밖에 없다.
빈곤층 청년은 주위에 자신을 받쳐줄 지원체계가 부족하다. 진로와 관련된 양질의 정보를 얻거나 인맥으로 좋은 자리를 소개받기 어렵고, 스펙을 쌓는 동안 뒷받침을 해 줄 지원체계가 취약하고, 위기에 빠졌을 때 구제해 줄 안전망도 없다. 빈곤은 디딤돌 지원금을 주고 저리(低利)로 대출해주는 것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여러 장벽을 넘어갈 수 있도록 응원과 도움을 주는 연결망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빈곤은 경제적 재화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연결망이 부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우리의 제도는 자산 조사를 통해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빈곤을 극복하라고 한다. 연결망을 만들고 사회적 지지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방치해 둔다. 게다가 AI가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넓혀가고, 인터넷 강국이라는 자부심까지 있으니 더더욱 사람 간에 직접 소통보다는 개개인이 인터넷의 바다를 헤맨다. 인터넷에서 개인 간 연결을 하면 시공간을 초월해서 훨씬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잠재력은 아직 미지수다. 개인은 더 철저히 고립되고 빈곤층은 더욱 고착화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올해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농촌 마을로 주거를 옮겼다. 이곳엔 도시였으면 괴담이었을 일이 매일 발생한다. 낯선 나에게 마을 사람들이 말을 걸고, 아이들은 어른이라고 인사를 한다. 봄에 산수유, 블루베리 등이 열리는 시기, 마을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마다 그릇 가득 봄 열매를 선물 받는다. 얼마 전 김장을 했는데, 집집마다 서로 나눠주느라 온통 정신이 없었다. 거의 입지 않아 새것과 다름없는 옷은 ‘나눔 가게’에 가져가고, 헌 옷을 싼값에 구입해서 패션 감각을 뽐낸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가난해도 고립과 소외를 느끼며 살지 않아도 된다. 마을의 부자들은 이웃의 사정을 뻔히 알기 때문에 행사가 있으면 후원금을 내놓거나 선물을 제공한다. 일자리가 생기면 마을 청년들에게 서로 연락해서 추천해 준다. 물론 시골이라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풍족하지 않은 점이 제일 문제다. 하지만 청년들이 자리 잡고 살아야 마을이 지속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알음알음 도움을 준다. 이런 마을 공동체가 살아 있으면 긴급구호도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이곳은 천국도 아니고 마을 주민이 모두 행복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고립과 분리로 개인이 방치되는 일은 없다. 바람이 있다면, 마을 안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학교와 놀이공간,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 노인들이 편안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자조 모임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이런 조건이 모두 갖춰지면 생애주기에 맞는 복지지원도 가능하다.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의 연결망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공될 수 있다. 빈곤문제는 지원금으로, 복지지원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건강한 마을 공동체를 세움으로써 더 근본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적은 관리비용과 낙인감이나 박탈감 없이 생명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빈곤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아이를 키울 때만 온 마을이 필요한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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