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 스페셜 리포트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병원을 꿈꾸며

희망진료센터와 누구나진료센터로 실현하는
대한적십자사의 공공의료

대한적십자사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언어 장벽으로 인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희망진료센터’와 ‘누구나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0여 년째 이어온 희망진료센터는 삼성과의 협력으로 전국 7개 적십자병원에서 외국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진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새롭게 시작된 누구나진료센터는 혁신적인 접근방식으로 의료취약계층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희망진료센터: 함께라는 가치로 시작된 여정

2012년 현대차 정몽구 재단·대한적십자사·서울대학교병원 공동협약 체결을 통해 개소한 희망진료센터는 올해로 13주년을 맞았습니다. “경제적 빈곤이 의료적 빈곤이 되지 않게, 의료적 빈곤이 인도적 빈곤이 되지 않게”라는 슬로건 아래 탄생한 이 공간은 우리 사회의 의료 사각지대를 밝히는 등불이 되었습니다. 저소득층,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난민 등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목격한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희망진료센터는 현재 전국 7개 적십자병원에서 운영되며 모든 이가 평등한 의료혜택을 받는 사회를 향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희망진료센터 운영현황

2012. 06
서울적십자병원 희망진료센터 개소

2012. 11
인천적십자병원 희망진료센터 개소

2013. 03
상주·통영·거창적십자병원 희망진료센터 개소

2019. 03
영주적십자병원 희망진료센터 개소

2023. 01
경인권역재활병원 희망진료센터 개소

치료를 넘어 따뜻한 돌봄까지

희망진료센터는 의료비 지원과 함께 환자 개개인의 상황을 세심히 배려하는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서류 작성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해 병원에서 직접 필요한 정보를 조회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며,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에게는 치료 과정 전반에 걸친 도움을 제공합니다. 상주, 통영, 거창 등의 지역에서는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위한 가정 방문간호 서비스, 다문화가정 무료 건강검진, 저소득층 자녀 무상 의료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인종합복지관, 봉사단체 등과 협력해 환자가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구축해 진정한 의미의 공공의료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 더 넓어진 희망

코로나19로 잠시 위축되었던 희망진료센터 활동은 2022년부터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서울적십자병원 삼성 희망진료센터가 외국인 의료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진료 환자의 99%가 외국인일 만큼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외국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2015-2024년) 희망진료센터를 통해 총 35만 3천 542명의 의료취약계층이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중 남성이 43%, 여성이 57%로 성별에 관계없이 골고루 도움을 받았으며, 이는 후원자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전국 적십자병원희망진료센터 현황
희망진료센터 지원 신청 방법
  • 한국에 거주하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의료비 지원이필요한 누구나 신청 가능.
  •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 난민, 다문화가정 등외국인도 지원 대상에 포함. 직장인 피부양자는 제외.
구분 외래 입원
지원 한도 1인당 연간 100만 원 1인당 연간 500만 원
지원 비율 환자 본인부담금 50~100% 지원
(환자지원율은 의료비지원 심사평가표에 의해 결정)
지원 과정 ➀ 환자의 직접 방문 또는 유관기관 의뢰 통한 접수
➁ 환자 상황을 종합적으로 상담한 후 지원 여부 검토
➂ 상담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 범위 결정
➃ 환자 외래 및 입원 의료비 지원
➄ 퇴원 후 지역사회와 연계해 환자의 사회적 자립 지원
* 대상자의 경제상황 및 가구여건 등을 고려해 자력으로 의료비를부담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조정(초과) 지원 가능
* 서울적십자병원은 외래와 입원진료를 합산해 1인당 1,000만 원 한도
새로운 공공의료 모델

누구나진료센터는 무료 진료를 넘어 의료취약계층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미가입자, 외국인 근로자, 노숙인 등이 겪는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 복잡한 의료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전담 상담사를 배치하고 필요 시 통역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일회성 진료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복지기관과 NGO단체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체계적인 사후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환자들이 치료 후에도 안정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누구나진료센터 운영현황

2022.
인천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 개소

2024.
통영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 개소

2025
서울, 상주, 영주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 개소

상주에서 시작된 새로운 희망

지난 6월 상주적십자병원에 새롭게 문을 연 누구나진료센터는 한국수출입은행의 34억 원 후원으로 탄생했습니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의료기관인 존애원의 역사성과도 맞닿아 있다”며 개소를 축하했고,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전 국민에게 차별 없는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누구나진료센터를 계속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센터는 ‘외국인 건강교실’, ‘찾아가는 경로당’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누구나 이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의료·봉사 플랫폼으로 설계되어 진료 봉사를 희망하는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국으로 확산되는 공공의료 모델

누구나진료센터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평일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정기 진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7월 인천적십자병원에서 시작해 현재는 서울, 상주, 통영, 영주적십자병원에서도 운영 중입니다. 다양한 국적과 사연을 가진 환자들이 진료를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1만 6천여 명이 의료지원을 받았습니다.
지난 6월 28일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누구나진료센터의 운영 취지를 널리 알리고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현장 중심의 실천을 이어가기 위해 서울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에서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진료 봉사를 실시했습니다.
김철수 회장은 “누구나진료센터는 적십자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전국 병원 간 협력을 통해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지속 가능한 공공의료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권용진 의사

권용진 의사, 법학박사,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의료복지통합서비스를 연구하고 실천해온 공공보건의료 전문가다.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서울시립 북부병원장을 역임했다. 2013년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료복지를 연계하는 301네트워크 서비스를 개발했다.
2025년 디지털헬스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건강문제 해결을 연구하고 있다.

의료 공공성 강화는
개인의 책무성 강화로부터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공공의료’는 공공병원의 수로만 측정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사회보험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나라에서 의료 공공성의 핵심은 이미 사회보험 그 자체에 내재해 있다. 모든 국민이 보험에 가입하고, 공동의 재정 풀(pool)을 통해 의료비를 분담하는 구조 자체가 공공성을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사회보험 가입자인 국민 개개인의 책무성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데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국가주도형 사회보험이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지역별 보험에서 출발했으나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해 단기간에 전국민보험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제도의 보편성을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민 스스로가 보험의 주인으로서 연대성과 책무성을 체화하는 과정이 미흡했다. 다시 말해, 사회보험의 이름을 달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국가가 관리·운영하는 준(準)조세적 제도에 머물러왔던 것이다.
그 결과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가입자인 국민의 참여와 주도로 이루어지기보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보장 범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진정한 공공성은 국가의 시혜적 지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 스스로가 보험 재정의 주체로서 연대적 의무를 지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보험 보장 범위의 우선순위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중증·희귀질환과 같이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보장은 사회적 연대가 우선적으로 작동해야 하지만, 경증·생활습관병과 같이 개인의 관리 여지가 큰 질환에 대해서는 본인의 책무성을 제도 속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생활습관병은 흡연, 음주, 운동 부족, 불균형한 식습관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고혈압, 당뇨 등은 진단을 받은 뒤에도 개인의 생활습관 개선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재정적 부담이 고스란히 가입자 전체로 전가된다. 따라서 이러한 질환에 대해서는 진단 후 관리 과정에서 개인의 생활습관 개선 노력을 본인부담 구조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재정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보험 가입자로서의 주인의식과 책무성을 제도적으로 촉진하는 장치가 돼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접근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생활습관 개선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부족한 취약계층에게까지 동일한 책무를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오히려 취약계층은 별도의 사회적 안전망과 지원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그 외의 다수 국민에 대해서는 책무성 기반의 사회보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나아가 병원 이용이 필요 없는 셀프케어(Self-care) 문화의 확산도 중요하다. 경미한 증상이나 일상적 건강관리를 위해 무조건 병·의원을 찾는 습관에서 벗어나, 가정과 지역사회 차원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문화를 장려해야 한다. 이는 의료 이용의 불필요한 팽창을 억제하고, 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결국, 의료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국가가 더 많은 병상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회보험 가입자 개개인의 연대성과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진정한 의미의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다. 공공성은 제도의 구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함께 지탱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 있는 참여에서 비롯된다. 이제는 ‘국가가 해주겠지’라는 수동적 태도를 넘어, ‘내가 사회보험의 주인’이라는 능동적 책무성을 확립할 때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의료 공공성의 위기를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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