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 스페셜 인터뷰

나의 뿌리,
RCY에서 시작된 인도주의

정연두 주튀르키예 대사와의 특별한 만남

서울 대원고등학교 RCY 활동으로 인도주의 정신을 접한 정연두 주 튀르키예 대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 25회로 외무부에 입부한 그는 주 일본·주스리랑카 서기관, 북핵정책과장, 북핵외교단장을 거쳐 주 오스트리아 공사, 주 네덜란드 대사를 역임했습니다. 30여 년 외교관 생활의 밑바탕에는 고등학교 시절 품었던 인도주의 정신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사할린동포 귀환사업부터 현재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까지, 그가 걸어온 길에는 언제나 대한적십자사와의 특별한 인연이 함께했습니다.

정연두 주튀르키예 대사
RCY에서 배운 인도주의, 외교관의 든든한 뿌리가 되다

1982년 서울대원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정연두 대사는 입시 경쟁이 치열했던 시대에 RCY(청소년적십자)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고교생들이 대입 준비에 여념이 없던 시기였는데, RCY 단원들은 달랐습니다. 남을 돕는 일에 기꺼이 시간을 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체육 시간에도 교실에서 자습을 시키는 일이 다반사였을 정도로 입시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높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간을 쪼개 RCY 단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그에게는 참 특별하고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영아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던 기억은 지금도 정 대사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처음 영아원을 방문했을 때, 단원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울던 아이들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사람을 중심에 두는 사고방식이 훗날 외교관으로 일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선후배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평생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사할린동포와 함께한 눈물, 대한적십자사와의 깊은 인연

1997년 외교부 동북아1과에서 사할린 한인 문제를 담당하게 되면서 정 대사는 대한적십자사와 본격적인 업무 협조를 시작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사할린에 징용으로 끌려간 후 50여 년간 귀환하지 못하고 ‘무국적 상태’로 살아야 했던 동포들의 현실은 그에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1998년 사할린 현지를 방문했을 때 만난 한 동포 할머니와의 대화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시골 마을 주말 장터에서 좌판을 놓고 무언가를 팔고 계시던 할머니에게 다가가 “할머니 혹시 한국 분이신가요? 한국에 가고 싶으시지요?”라고 묻자, 할머니께서 “할아버지는 속병을 앓다가 돌아가신지 오래되었어요. 나 좀 데려가주세요”라고 말씀하시며 그의 손을 꼭 잡으셨던 것입니다. “현장에서 눈물을 흘린 것은 물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내 할머니 생각을 하면서 사할린 동포 귀환사업에 더욱 열심을 내야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할머니의 성함을 잘 기록해둔 정 대사는 약속대로 사할린 동포1세 귀국 1진에 할머니를 모시면서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후 주일대사관 근무 시절에도 일본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사할린을 방문해 실태조사에 참여하는 등 동포 지원 업무를 지속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목격한 인도주의의 힘

스리랑카 근무 시절(2002~2004년)에는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이 지속되던 시기에 실향민들의 어려움과 각종 자연재해 피해 현장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는 노르웨이와 도쿄에서 열린 스리랑카 재건 국제회의에 참석하며 국제적십자사를 비롯한 세계 구호기관들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었고, 2004년 말 쓰나미 재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각국 적십자사의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정 대사는 2011년부터 3년간 한국 외교관으로서는 최초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파견된 경험 또한 무척 특별했다고 소감을밝혔습니다.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적 조율이 아니라 인간의 안전과 존엄, 세계 평화를 위한 실천이어야 한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그는 IAEA가 국제적십자사연맹과 함께 방사능및 핵 비상사태 공동 대응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보며 외교와 인도주의 활동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실감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튀르키예에서 다시 만난 대한적십자사, 진정한 형제의 나라 만들기

2024년 주튀르키예 대사로 부임한 후, 정 대사는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피해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대한적십자사가 건설한 “지역사회 서비스센터”와 “한-튀르키예 우정의 마을”을 직접 보며 또 다시 감동을 느꼈다고 전합니다. “대한적십자사 요원들이 튀르키예 적신월사와 함께 봉사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특히 그 규모와 체계적 대응, 무엇보다도 피해 주민을 향한 진정성 있는 접근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그는 현재 앙카라에 파견된 대한적십자사 직원과 함께 지진 피해 복구 사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대사로서 필요한 행정 지원과 외교적 조율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 대사는 “외교는 결국 다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며 “대한적십자사의 튀르키예 지진 피해지역 봉사활동은 진정한 인도주의의 실천”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대한적십자사는 민간외교, 인도주의에 기초한 공공외교의 실질적 가치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RCY 단원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청소년기에 인도주의에 대한 마음을 갖는 것은 세계시민, 국제인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피원조국에서 원조국이 된 유일한 나라인 만큼, RCY에서 배운 정신을 잊지 않고 계속 실천해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RC 캠페인한 방울의 용기가
만드는 기적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고등학교 JRC에서시작해
50년간 이어온 나눔의 여정